K팝 아이돌 컴백, 리믹스 앨범이 왜 따라붙을까
2026.09.19 | by 류승규 | ryumix@billboard.co.kr
K팝 아티스트들의 컴백 타임라인에 '리믹스 앨범' 발매가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숏폼 바이럴과 글로벌 음원 차트 성적을 동시에 겨냥한 치밀한 전략이다.
르세라핌은 지난 14일 오후 1시 싱글 2집 타이틀곡을 재해석한 'Made My Night (feat. EJAE)'를 발매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글로벌 인지도를 굳힌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의 강렬한 보컬이 얹어지며 또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러한 리믹스 생태계 확장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단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다. SM은 산하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타이틀곡을 리믹스하는 'iScreaM(아이스크림)'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레드벨벳의 신곡 'Surfin' Boy'를 리믹스 싱글(iScreaM Vol.40)로 발매했다. 이때 퓨처 펑크와 힙합 인스트루멘탈 씬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국 프로듀서 '플라밍고시스(Flamingosis)'와, 국내 힙합·R&B 신의 라이징 듀오로 꼽히는 '라쿠네라마(RAKUNELAMA)'를 기용해 원곡에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그루브를 완벽하게 입혀냈다. 6월에도 라이즈의 'Impossible'을 프랑스 출신 하우스 프로듀서 다리우스(Darius) 등과 협업해 선보인 바 있다.
SM의 기획은 단순한 트랙 변형을 넘어선다. 인디와 서브컬처 장르의 뮤지션들을 앨범으로 끌어들이고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리믹스 경연 대회를 열어 우승작을 정식 음원으로 론칭하는 등 아티스트의 고유 IP를 대중이 마음껏 갖고 노는 '놀이터'로 확장시키는 점이 특별하다.
엔터사들이 리믹스 앨범 제작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결정적 이유는 글로벌 음원 차트의 집계 기준 때문이다. 빌보드를 비롯한 주요 차트들은 오리지널 트랙과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리믹스, 스페드업(Sped-Up) 버전의 스트리밍 및 판매 수치를 전부 '단일 원곡의 성적'으로 묶어 합산한다.
리스너들에게 다채로운 장르 편곡으로 새로운 청각적 유희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전 세계 플랫폼으로 흩어질 수 있는 팬덤의 스트리밍 화력을 한 곡으로 집중시켜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부스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