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마의 7년’은 옛말? 장기전 끝에 더 빛나는 아이돌

2026.09.17 | by 류승규 | ryumix@billboard.co.kr
위 에이티즈, 아래 엔하이픈. 각 회사 제공

K팝계에는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 7년 차가 되면 으레 해체나 멤버 이탈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최장 7년으로 묶인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 각 멤버들의 희망 활동 방향, 기획사와의 신뢰, 군 복무 이슈 등이 소속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엔터 산업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븐틴은 지난 7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전원 재계약을 체결했고, 스트레이 키즈 역시 계약 만료를 앞두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원 재계약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티즈와 엔하이픈도 눈에 띈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KQ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맺었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까지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3차례나 올랐고, ‘코첼라’ ‘서머소닉’ 등 대형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열네 번째 미니 앨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의 타이틀곡 ‘BAD(배드)’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7년차인 엔하이픈은 아직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통해 ‘빌보드 200’ 차트(9월 5일 자) 정상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엔하이픈을 포함해 여섯 팀뿐이다.

이처럼 K팝 그룹들의 생존 방식이 변화하면서 ‘마의 7년’은 완전히 소멸했다기보다 본질적인 성격이 전환된 것에 가깝다. 과거의 7년이 해체냐 존속이냐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생존선이었다면, 현재는 팀의 체급과 장기적 생존력을 평가받는 시험대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모든 그룹에게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입증한 상위권 팀에게 7년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도약대가 되지만, 확실한 코어 팬층을 구축하지 못한 팀에게는 여전히 냉혹한 한계선으로 작용한다. 결국 활동 수명은 길어졌을지 몰라도 살아남는 팀과 뒤처지는 팀 사이의 양극화는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이제 K팝 아이돌 그룹에게 7년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