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홀로그램으로 최애 만난다... K팝 팬들은 왜 '몰입형 공간'에 가나
2026.09.18 | by 류승규 | ryumix@billboard.co.kr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K팝 팬들은 오히려 실제 공간을 향하고 있다.
최근 K팝 전시들은 첨단 기술을 입고 거대한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공간'으로 진화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 사이 지하공간에서는 빅뱅의 20주년 전시 '코스모스(COSMOS)'가 열리고 있다. VR 기기를 통해 멤버들이 코앞에서 라이브를 펼치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고, 홀로그램과 레이저쇼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아이브 안유진과 장원영의 '안녕(An-Young) 인 서울' 전시는 LED 미디어아트에 두 멤버가 직접 조향한 향기와 공간별 사운드를 더해 공감각적인 감상을 끌어냈다.
NCT 역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에서 '네오 디멘션(NEO DIMENSION)'을 열고, 사방을 둘러싼 4면 영상으로 지난 10년의 방대한 세계관 속에 팬들을 초대했다. 여기에 스크린 너머가 아닌 무대 한가운데 선 듯한 시공간적 쾌감을 준 엔하이픈의 극장용 VR 콘서트 상영까지 더해지며, 팬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획사들은 왜 끊임없이 팬들을 집 밖으로 불러모을까. 핵심은 '경험의 희소성'에 있다. 숏폼 영상과 3분 남짓의 짧은 음원 등 파편화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오히려 특정 공간에 오래 머물며 아티스트의 서사를 깊이 있게 흡수하는 체험의 가치가 치솟은 것이다. 시각과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자극하는 공간의 힘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화려한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청음회를 기획하는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100%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조차 현실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이용자들의 코어 팬덤을 단단하게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오프라인에 묶인 팬덤의 에너지가 결국 온라인으로 역류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전시장과 VR 상영관에서 압도적인 몰입을 경험한 팬들은 이를 단순히 개인의 추억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이들은 감각적인 숏폼 영상과 정성스러운 후기, 다채로운 인증 사진 등의 2차 콘텐츠를 쏟아내며 소셜미디어상에 자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킨다. 오프라인 공간의 높은 밀도가 온라인 확산의 가장 강력한 땔감이 되면서, 팬덤 내부의 결속력은 물론 대중적인 화제성까지 동시에 거머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