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브, 메가 IP로 성장... 비즈니스 효율의 진실은?
2026.09.18 | by 류승규 | ryumix@billboard.co.kr
버추얼 아이돌은 오랫동안 서브컬처의 산물로 여겨졌다.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아바타가 대중적 공감을 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블래스트(VLAST) 소속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는 이 편견을 숫자로 뒤집었다.
2025년 발매한 음반 두 장이 모두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한 해 판매량만 235만 장이다. 미니 4집 'Caligo Pt.2'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45위에 올랐다. 디지털 싱글 'Pump Up The Volume!'은 멜론 TOP100 1위를 기록했다.
버추얼 아이돌이 넘어야 할 가장 거대한 벽은 '물리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플레이브는 지난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틀간의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이 한계를 1차적으로 돌파했다.
지난 12~13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첫 월드투어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의 막을 올렸다. 야외 스타디움 공연은 날씨의 영향을 직접 받는데다 실내 돔보다 연출 제어가 까다롭다. 플레이브는 자본과 기술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가로 120m, 세로 20m가 넘는 초대형 LED 스크린이 스타디움을 감싸며 화려한 시각적 연출을 쏟아냈다.
이 지점에서 메가 IP급 버추얼 아이돌이 가진 ‘비즈니스 효율’에 이목이 쏠린다.
버추얼 아이돌은 '가성비'가 좋다는 게 업계 통설이었다. 연습생 트레이닝비, 숙소비, 의상비 같은 고정비가 빠지니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블래스트의 2025년 재무제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매출은 2023년 122억 원에서 2025년 855억 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23.6%이다. 그런데 급여로만 52억 원이 나갔다. 숙소비나 의상비는 덜 들지만 그 자리를 IT 인프라 유지비와 고급 기술 인력 인건비가 채운 셈이다.
이유는 블래스트의 조직 구조에 있다. 블래스트는 매니지먼트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국과 제작사 역할을 동시에 한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하나를 켜려 해도 언리얼 엔진 기반 실시간 파이프라인(실시간으로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고도의 전문 방송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광학식 모션 캡처 엔지니어, 3D 애니메이터, 서버 개발자까지 상시 대기한다. 플레이브 한 팀을 굴리는 데 100여 명이 붙어 있다.
해외 투어는 또 다른 부담이다. 실제 아이돌은 투어 중에도 작곡가는 다음 앨범을, 다른 멤버는 국내 방송을 소화하는 식으로 일을 나눠 돌릴 수 있다. 반면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수트와 센서, 그래픽 서버, 이를 다루는 엔지니어 팀 전체가 통째로 투어에 묶인다. 그 기간 국내 매체 노출이나 연말 시상식 참여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버추얼 아이돌의 초기 제작비가 저렴할지는 몰라도,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렌더링 비용과 인력 운용비는 기존 아이돌의 유지비를 훨씬 초과한다. 결코 '가성비'가 좋은 것이 아니라, 막강한 팬덤 폭발력으로 그 고정비를 뛰어넘는 '슈퍼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