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도시 인프라”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EMPIRE CEO가 서울에서 본 K-팝의 힘
2026.05.15 | by 고광훈 l kwanghoon@billboard.co.kr미국 샌프란시스코가 도시 재건 전략의 핵심으로 ‘음악’을 내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장 다니엘 루리(Daniel Lurie)와 글로벌 독립 음악 기업 EMPIRE의 창립자 겸 CEO 가지 샤미(Ghazi Shami)가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서울을 방문해 K-팝을 중심으로 성장한 서울의 문화 산업 구조를 직접 살펴보며, 음악과 도시, 비즈니스가 결합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에 주목했다.
다니엘 루리 시장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을 방문했다. 이번 일정은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의 자매결연 50주년을 기념하는 첫 공식 해외 순방이었다. 루리 시장은 예술·문화·비즈니스 관계자들과 함께 방한했으며, EMPIRE 창립자 가지 샤미 역시 대표단에 동행했다.

루리 시장은 이번 방문에서 “음악은 단순한 나이트라이프가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침체된 샌프란시스코 도심 회복 전략의 핵심으로 문화와 공연 산업을 꼽았다.
루리 시장은 “사람들이 다시 도시를 찾게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과 문화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라며 “공연과 축제, 문화 이벤트는 도시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는 2025년 여름 골든게이트파크에서 대규모 음악 이벤트를 연이어 개최했다.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60주년 공연과 ‘아웃사이드 랜즈(Outside Lands)’ 페스티벌, 컨트리 스타 잭 브라이언(Zach Bryan)의 공연 등이 이어졌고 약 4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은 해당 행사들이 약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공연과 축제를 보다 쉽게 열 수 있도록 제도 개편도 추진했다. 루리 시장은 2025년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존(Entertainment Zone)’ 확대 법안에 서명하며 거리 기반 문화 행사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지정 구역 내에서는 승인된 행사 기간 동안 야외 음주와 거리 이벤트 운영이 가능해진다.
또한 ‘PermitSF’라는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공연 개최와 소규모 비즈니스 운영, 신규 공간 개발 절차를 간소화했다. 루리 시장은 “우리는 공연을 열고 사업을 시작하고 새로운 공간을 재구성하기 쉽도록 20개 이상의 법안을 추진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은 루리 시장과 EMPIRE 측 모두에게 중요한 참고 사례였다. 서울은 K-팝을 단순한 음악 산업을 넘어 관광과 도시 브랜딩 전략으로 확장해온 대표 도시다. 공연뿐 아니라 댄스 클래스, 방송국 투어, K-팝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까지 글로벌 축제 육성과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BTS 관련 관광 콘텐츠는 음악이 도시 전체의 소비와 관광 동선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EMPIRE 역시 아시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EMPIRE는 독립 레이블·유통·퍼블리싱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샤부지(Shaboozey) 등 글로벌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EMPIRE는 지난해 10월 한국 음악 산업 전문가 제프리 유(Jeffrey Yoo)를 동아시아 총괄 수석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한국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갤럭시코퍼레이션과 협업해 지드래곤(G-Dragon)의 정규 3집 ‘Übermensch’를 글로벌 유통했으며, 캄보디아와 인도 음악 기업들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가지 샤미 CEO는 “EMPIRE는 샌프란시스코 자체를 닮은 회사”라며 “서울과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비즈니스 모두를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EMPIRE 내부에는 한국계 인력이 다양한 부서에서 활동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음악 장르만이 아니라 문화와 비즈니스를 함께 이해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 방문 일정에는 광화문 광장 방문, 고척스카이돔 시구 행사, 명동 투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회동 등이 포함됐다.
루리 시장은 “서울은 예술과 문화, K-팝의 중심지라는 명성 그대로였다”라며 “앞으로 두 도시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은 단순한 자매도시 관계를 넘어 문화와 산업, 글로벌 비전을 공유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