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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하나 된 세계: 사우디 오케스트라의 경이로움과 안드레아 보첼리, 로마의 심장을 뒤흔들다

2026.05.18 | by 진신예 l shinye@billboard.co.kr
사우디 오케스트라의 경이로움(Marvels of Saudi Orchestra) ⓒAndrea Bocelli

이탈리아 로마 — 유서 깊은 로마 콜로세움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고대 고유의 성벽은 그 어떤 행사든 그 자체로 엄청난 역사적 무게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최근 어느 날 저녁, 이 로마의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배경으로 자리한 가운데, 그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것은 역사적인 문화적 융합의 순간이었다. 사우디 국립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이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와 나란히 무대에 서서, 사우디의 현대적 창의성과 이탈리아의 깊은 음악적 유산을 조화롭게 블렌딩해낸 것이다.


글로벌 투어 '사우디 오케스트라의 경이로움(Marvels of Saudi Orchestra)'의 11번째 행선지인 이번 공연은 심오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역사적 장소 중 하나인 로마의 심장부에서 사우디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여기에 보첼리와 같은 세계적인 보컬 거장이 힘을 보태면서, 이날 밤은 두 국가와 두 음악적 시대, 그리고 번역이 필요하기도 전에 이미 멜로디로 교감한 관객들을 잇는 살아있는 가교로 거듭났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쇼케이스는 일반적인 협연 세트 그 이상으로 진화했다. 전통 사우디 및 아랍의 리듬과 선율 구조가 이탈리아 오페라와 클래식 기악의 웅장함과 매끄럽게 뒤섞였다. 마에스트로 마르첼로 로타(Marcello Rota)의 지휘 아래, 사우디 국립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소속 음악가 32명이 로마 현지의 '오케스트라 폰타네 디 로마(Orchestra Fontane di Roma)' 소속 음악가 30명과 하나가 되어 사우디, 이탈리아, 그리고 글로벌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완벽하게 큐레이팅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공유된 예술적 공간 속에서 아랍어 보컬은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며, 번역기 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음악 본연의 힘을 증명했다. 언어는 감각적 경험의 일부가 되었고, 사우디 보컬의 깊이와 이탈리아의 음악적 감수성이 만나는 기준점을 만들어냈다.


지난 2022년 파리에서 첫 국제 쇼케이스를 선보인 이래, 사우디 국립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은 거침없는 글로벌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이 앙상블은 멕시코시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런던 웨스트민스터 센트럴 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도쿄 오페라 시티, 베르사유 궁전, 그리고 사우디의 알울라(AlUla)를 거쳐 로마 콜로세움 고고학 공원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발자취를 꾸준히 넓혀왔다. 매번 이정표를 세울 때마다 '사우디 오케스트라의 경이로움'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완전히 다른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독보적인 능력을 계속해서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로마는 유독 남다른 울림을 선사했다.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의 뿌리를 둔 이탈리아는 음악을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문화적 영혼의 필수적인 조각으로 여긴다. 이러한 공간에 사우디 국립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확장되는 글로벌 여정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결정적인 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공연을 마친 후 보첼리는 그날 밤의 감동을 이렇게 요약했다. "콜로세움 옆에서 노래하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감정으로 가득 찬 경험이지만, 사우디 국립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 함께한 협연은 이를 더욱 독특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테너에게 그날 밤은 장소의 의미를 넘어 문화적 교차점 그 자체였으며, 음악을 문화 간을 연결하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할 수 있는 유일한 보편적 언어로 바라본 것이다.


그러한 예술적 시너지는 합동 공연 내내 분명하게 드러났다. 마에스트로 마르첼로 로타는 이번 협업을 "비록 스타일과 표현 방식은 다를지라도, 서로에 대한 음악적 이해와 규율 감각이 환하게 빛난 풍요로운 예술적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밤의 확실한 하이라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국과 이탈리아 간의 깊은 문화적 유대를 연상시키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곡인 '헤그라와 로마(Hegra and Rome)'의 연주였다. 역사학자이자 연구가인 술라이만 알디브(Dr. Sulaiman Al-Theeb) 박사가 작곡한 이 곡은 두 고대 문명의 유산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인류와 외교적 유대를 쌓아 올리는 음악의 힘을 청각적 감동으로 일깨워주었다.


사우디 음악위원회 CEO 폴 퍼시피코(Paul Pacifico)는 이번 로마 콘서트의 이정표를 더 넓은 글로벌 맥락에서 짚어냈다. 퍼시피코에 따르면, '사우디 오케스트라의 경이로움'을 로마로 가져온 것은 "사우디 음악 여정에서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한 정점이며, 문화적 대화의 깊이를 반영하는 상징"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사우디의 음악적 유산을 글로벌 관객에게 소개하고, 지속 가능한 국제적 창의적 파트너십을 육성하며, 국내외 문화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암시한다.


수세기에 걸친 인간의 기억을 품고 있는 건축적 경이로움인 콜로세움 앞에서, 음악은 일반적인 콘서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대화의 중심에서 사우디 국립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은 안드레아 보첼리, 그리고 오케스트라 폰타네 디 로마와 나란히 서서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며, 모두가 이해하는 언어로 역사에 목소리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