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K-팝을 만드는 사람들 #2
2025.12.08 | by Billboard Korea
성공적으로 탄생한 아티스트를 어떻게 미국 대중과 연결할 것인가? 이 과제에 대해 이혜진 GM과 이혜원 VP는 각각 마케팅과 팬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방시혁 의장의 현지화 전략을 정교하게 실행했다. 빅히트뮤직 실장으로 방탄소년단 매지니먼트 등을 담당했던 이혜진 GM은 캣츠아이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인 ‘현지화’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팀의 정체성만큼이나 ‘개개인의 개성’과 ‘진솔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이미 증명된 사실이었다. 이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K-팝 문법에서는 이례적으로 데뷔 전 연습생들에게 개인 소셜 미디어 운영을 허용하며 각자의 매력을 자유롭게 드러낼 환경을 만들었다.
이 전략은 틱톡에서 첫 번째 EP SIS(Soft is Strong)의 타이틀곡 "Touch"가 바이럴되며 빛을 발했다. “저희가 제작한 영상 하나가 예상치 못하게 알고리즘을 타면서 K팝이나 하이브를 전혀 모르던 대중에게까지 캣츠아이의 이름과 음악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이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팝스타 아카데미'와의 시너지로 이어져, 숏폼으로 생긴 호기심을 그룹의 서사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연결시켰다. 이혜진 GM은 “현재 아티스트의 성공에 있어 숏폼은 음악 다음으로 중요한, 핵심 마케팅 요소”라고 단언했다.

팬과의 연결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된다. 패션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고 합류한 이혜원 VP는 MD와 팝업 스토어를 통해 ‘팬 경험’을 설계한다. “팝업 스토어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단연 ‘팬 경험’입니다. 상품 판매를 주목적으로 두기보다는, 팬들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는 한국과 미국 팬들의 MD 소비 문화 차이점을 명확히 짚었다. 한국 팬들이 포토카드 수집과 같은 ‘소장 가치’를 중시한다면, 미국 팬들은 후드티나 모자처럼 일상에서 착용하며 팬심을 드러내는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패션 인더스트리 출신인 이혜원 VP는 최근 르세라핌의 북미 투어 팝업에서는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도입, 긴 결제 대기 줄을 없애며 팬 경험을 극대화하는 혁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팬덤과의 유대를 가장 중시하는 K-팝의 본질을 미국 시장의 특성과 기술에 맞게 현지화한, 영리한 전략이다.

모든 철학과 전략은 결국 무대 위에서 증명된다. 인정현 프로듀서는 캣츠아이의 성공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으로 데뷔 후 첫 라이브였던 KCON LA 무대를 꼽았다. “많은 K팝 선배들 사이에서 처음 대규모 관객 앞에 섰는데도, 멤버들은 무대에서 정말 찬란하게 빛이 났습니다. 그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에너지를 보는 순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캣츠아이의 정체성은 ‘현지 리스너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세련된 팝(Pop)’과 ‘K-팝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퀄리티 댄스 퍼포먼스’의 결합에 있다. 손성득 크리에이터는 캣츠아이의 퍼포먼스 방향성은 “영역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정 스타일에 갇히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특히 "Gnarly"의 성공은 멤버들에게 부여된 자율성에서 비롯됐다. “정해진 안무를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이 직접 제스처나 표정, 동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도록 독려했습니다.”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는 캣츠아이가 미국 시장에서 사랑받는 이유를 ‘다양성’과 ‘진정성’으로 요약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룬 모습은, 오늘날의 다원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봅니다.”
미국 시장에서 K-팝은 오늘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이터는 K-팝의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한다. 데이터분석기업인 루미네이트(Luminate)의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K-팝은 견고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실물 앨범 판매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등의 앨범이 미국 내 CD 판매량 TOP 10에 이름을 올리는 등 K-팝의 충성도 높은 팬덤은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인기가 빅네임들에 집중된 팬덤의 일시적 결집 효과인지, 혹은 K-팝의 문법을 바탕으로 하는 현지화 그룹에게도 호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앞서 언급한 뉴요커 칼럼에는 2024년 캣츠아이의 KCON LA 무대를 경험하기 위해 앨라배마에서 날아온 19세 흑인 댄서 조슈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와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여정과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감을 줍니다. 캣츠아이가 특별한 건 그들이 정말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거에요 (To see people of my same background break out onto the scene, and to get to watch her journey and her growth, is really inspiring. What’s special about Katseye is that they feel so down to earth—like normal people)" 다인종, 다문화를 상징하는 캣츠아이가 미국 시장에서 K-팝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였다는 상징적인 증언이었다. 사회적 명성에도 자신의 정체성과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한국과 달리, 미국 시장에서의 K-팝은 비교적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하며 표현할 권리가 주어진다. 2025년 여름 캣츠아이의 성취에 큰 의의를 더한 갭(GAP) 캠페인은 ‘가두어지지 않은 K-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상징적 장면이다.
캣츠아이의 성공적인 안착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혜진 GM은 현재 최고의 히트메이커 라이언 테더와 함께 새로운 보이그룹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새 보이그룹을 제작하는 과정은 걸그룹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비교적 더 고려해야 할 요소들도 있습니다. 우리를 열렬히 응원해 줄 ‘슈퍼 팬’을 초기에 얼마나 빠르게 찾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제공해야 합니다.” K팝이 수십 년간 발전시켜 온 팬덤 구축 노하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이브 아메리카의 여정은 방 의장의 비전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시스템을 이식하되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며 진화하고, 아티스트의 개성을 존중하되 하나의 팀으로 시너지를 내며, 팬덤을 기반으로 하되 대중성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은 단순히 또 하나의 팝 그룹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21세기 글로벌 음악 산업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하며 K팝의 경계를 허무는 서사다. 세계가 하이브가 그 흥미로운 다음 챕터를 주목하고 있다.

Credit
김도헌 ( realzener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