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TEEN 버논·디에잇, ‘V8’으로 완성한 새로운 속도…“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했다”
2026.07.02
SEVENTEEN이 군백기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버논과 디에잇은 유닛 V8으로 또 다른 엔진을 켰다.
버논과 디에잇은 유닛 앨범 ‘V8’을 통해 각자의 음악적 취향과 감각을 하나의 사운드로 밀어붙였다. 중국 해안 지역 출신이자 DJ로도 활동해온 디에잇에게는 유럽 EDM의 질감이,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성장한 래퍼 버논에게는 인터넷 기반의 하이퍼팝적 사운드가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자리한다. 10년 넘게 SEVENTEEN으로 함께해온 두 사람은 서로의 취향이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V8’은 그 감각을 실제 음악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실험적인 아티스트 Alice Longyu Gao도 함께했다. 그는 V8에게 100 gecs의 Dylan Brady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을 소개하며 앨범의 사운드 확장에 힘을 보탰다. 버논은 Alice Longyu Gao에 대해 새로운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알려준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프로젝트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singasong”은 Mechatok이 프로듀싱한 곡이다. 제목처럼 장난스럽고 직관적인 에너지를 지닌 이 곡은 뮤직비디오에서도 과감한 이미지를 쏟아낸다. 보디빌더, CGI 트랜스포머, 몬스터 트럭, 따라 부르기 쉬운 가사, 기묘한 말, 셔플링까지 다양한 요소가 뒤섞이며 V8 특유의 유머와 움직임을 보여준다.
버논은 “singasong”을 타이틀곡으로 밀어붙인 이유에 대해 이 곡이 앨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곡을 들으며 셔플링을 다시 가져오는 장면을 떠올렸고, 디에잇 역시 이 곡이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으며 비주얼과 퍼포먼스 면에서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앨범명 ‘V8’의 이미지 역시 뮤직비디오 콘셉트와 연결된다. 버논은 처음 회사에 V8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앨범이 단순히 엔진 자체가 아니라 엔진을 움직이게 하는 연료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연료는 지금까지 SEVENTEEN으로 함께해온 시간이었다. 회사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파괴와 속도감이 느껴지는 비주얼을 제안했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Friend”는 두 사람의 우정처럼 보이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팬들을 향한 곡이다. 버논은 초기 톱라인 작업 중 의미 없는 소리로 녹음한 부분이 “friend”처럼 들렸고, 거기서 곡의 아이디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사람은 SEVENTEEN과 팬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기억들을 가사에 담았다. 버논은 과거 초록색 연습실, 이른바 ‘메로나 연습실’을 언급했고, 디에잇은 SEVENTEEN의 곡 제목들과 노란 장미에 얽힌 팬들과의 기억을 가사로 풀어냈다.
“BEAT”는 Alice Longyu Gao가 마련한 세션에서 탄생한 곡이다. 버논은 K-팝과 하이퍼팝, 전자음악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이유에 대해 K-팝 자체가 기본적으로 춤을 중심에 둔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하이퍼팝과 일렉트로닉 요소가 K-팝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현상에는 여러 층위가 있어 자신에게도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버논의 솔로곡 “mia”는 한국어로 ‘미아’, 영어로는 ‘MIA’로 읽힌다. 버논은 Blur의 “Song 2” EDM 리믹스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 감각이 KIRARA를 떠올리게 해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곡을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자신과 친구들, 그리고 비슷한 감정을 가진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coloring”은 한국의 ‘컬러링’, 즉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방에게 들리는 통화 연결음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버논은 이 곡을 하이퍼팝보다는 한국 힙합 발라드에 가까운 감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디에잇은 이 곡에서 중국어 멜로딕 랩을 시도했으며, 곡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맞추기 위해 발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의도적으로 섞기보다, 각 순간의 감정과 자신들을 가장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Pharrell Williams와 BUMZU가 프로듀싱한 “girlsnboys”는 앨범 안에서 비교적 올드스쿨한 Neptunes 스타일의 결을 지닌 곡이다. 버논은 Pharrell과 함께 스튜디오에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가 여전히 직접 노트북을 열고 비트를 만들고 보컬을 쌓아가는 방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디에잇은 이 곡을 통해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이 시간을 함께 지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디에잇의 솔로곡 “8DM”은 그가 EDM에 깊이 빠져들게 된 경험에서 출발했다. 디에잇은 2년 전 Lollapalooza 일정으로 베를린을 찾았을 때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EDM에 강하게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후 다양한 장르의 EDM을 듣고 공부하며, 특정 장르에 갇히기보다 ‘디에잇으로서의 EDM’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DJ 활동과 클럽 경험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무대 전체를 활용해 팬들과 더 잘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트랙 “rat race”는 K-팝 산업 안에서의 경험을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한 곡이다. 버논은 Alice Longyu Gao가 ‘rat race’라는 모티프를 제안했고, 그것이 자신이 이 산업에서 느낀 경험을 잘 요약해줬다고 말했다. Dylan Brady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이 곡은 파티 앤섬의 에너지를 지니면서도, 경쟁과 압박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을 담아낸다.
‘V8’은 장난스럽고 과장된 사운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버논은 진정성이란 계산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 이야기처럼 들리고, 보이고, 느껴지는 작업이 자신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디에잇 역시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 방식대로 한다”며,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하기 위해 앨범 전반에 직접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V8’은 버논과 디에잇이 SEVENTEEN 안에서 쌓아온 시간, 서로 다른 음악적 취향,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하고 싶은 표현을 한데 모은 유닛 앨범이다. 인터넷 문화와 클럽 에너지, 팬들과의 기억, 산업 안에서의 감정까지. 두 사람은 V8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속도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