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와 함께, 2010년대로 데려가는 AND2BLE
2026.09.04 | by Nancy Jiang, Billboard Korea
‘오래된 것은 다시 새로워진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대중음악 장르인 트로트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것도 그 한 예다. 최근에는 한 신인 그룹이 ‘뉴트로(newtro, ‘new’와 ‘retro’의 결합어)’의 부활을 이끌며, K-팝을 더욱 현대적으로 느끼게 했던 순수하고 빈티지한 팝의 감성을 다시 불러왔다. 과도한 장식이나 보컬의 과시를 덜어내고, 보다 순수한 매력에 기대는 방식이다. 그 선배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AND2BLE(앤더블)은 팬들을 과거로 데려가려 한다. 그들이 다시 불러내는 것은 K-팝 3세대의 감성이다.
하지만 AND2BLE에게 과거로의 여행은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섯 멤버는 이미 한 차례 자신들의 모습을 세상에 선보인 경험이 있다. 장하오, 리키, 김규빈, 한유진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즈플래닛’을 거쳐 ZEROBASEONE으로 데뷔했고, 당시 16위로 프로그램을 마친 유승언은 이후 EVNNE으로 데뷔했다. ZEROBASEONE의 프로젝트 계약이 종료되면서 네 명의 YH엔터테인먼트 소속 멤버들은 그룹을 떠났고, 유승언 역시 EVNNE을 떠났다. 그리고 다섯 명은 이제 YH엔터테인먼트 아래 AND2BLE로 다시 뭉쳤다.
이들의 데뷔 앨범 Sequence 01: Curiosity는 총 5곡, 약 14분으로 구성된, 과거의 K-팝의 스타일을 재현하는 듯한 작품이다. 이 앨범은 K-팝 보이그룹이 미래지향적인 연출에 기대지 않고도 고급스럽고 뛰어난 보컬 역량을 보여주며, 한껏 극적인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AND2BLE은 그 시대의 음악적 문법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며, 무엇보다 목소리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유승언은 선명한 음색과 높은 음역대의 힘을 보여주고, 장하오는 보다 안정적이고 따뜻한 음색으로 균형을 잡는다. 리키의 부드럽고 R&B에 가까운 보컬은 곡의 질감을 바꾸고, 규빈과 유진은 한층 매끄럽고 절제된 음색으로 중간을 채운다. 이들의 매력은 바로 그 보컬의 주고받음에서 비롯된다.

타이틀곡 “Curious”는 이러한 향수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든다. 신스팝과 퓨처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곡의 구조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묵직한 베이스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EDM 퍼커션이 더해지고, 음악방송 무대를 겨냥한 듯 폭발적인 후렴구가 터져 나온다. 그 중심에는 유승언과 장하오가 서로 주고받듯 펼치는 보컬이 있다. 말하자면, 한때 K-팝을 대표했던 문법을 고스란히 담아낸 곡이다. 동시에 “Curious”는 멤버들이 커리어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장하오와 리키가 작사에 참여한 이 곡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느끼는 불안정함을 외면하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한다. “Start anew, with no limits(한계를 넘어 새롭게 시작해)”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멤버들이 누군가의 시선을 처음 받아 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K-팝의 특수한 환경을 거쳤고, 각기 다른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며 자신들의 이름과 정체성을 한 차례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기대를 품고 자신들을 지켜봐 온 팬들도 이미 확보했다.
“Aura”에서는 “Curious”가 예고한 재탄생의 과정이 더욱 선명해진다. 타이틀곡의 힘 있는 에너지에 집중하기보다 신스와 속삭이듯 낮게 깔리는 보컬로 보다 몽환적인 팝-R&B의 풍경을 펼쳐낸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개인의 매력에서 비롯된 끌림을 중심에 둔 이 곡은, 여백을 만들어낼 만큼 섬세한 수줍음을 통해 그 감정을 뒷받침한다. 보컬의 질감 자체가 유혹의 일부가 된다. “I’ll show you piece by piece, everything / You’ve never seen a brand new era / All I’ve got, aura / I can make it alright for ya”라는 가사처럼.
“Sugar Rush”는 보다 밝고 소년적인 분위기를 띠며, 중독성 있는 버블검 그루브를 중심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완성됐다. 앨범에서 가장 즐거운 곡이기도 하다. 멤버들의 보컬 역량과 표현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Curious”가 야망을 앞세우고 “Aura”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면, “Sugar Rush”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한다. 이 곡의 매력은 철학적이라기보다 본능적이다. 무언가를 원하고, 그것을 원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순간에 찾아오는 짜릿함이다.
정체성을 다시 단단하게 세우는 데 집중한 데뷔 앨범은 자칫 모든 곡이 AND2BLE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려 들며 무거워질 수 있다. 하지만 “Sugar Rush”는 그런 역할을 거부한다. 이 곡은 선언문이라기보다 사탕에 가깝다. 또한 멤버들이 몸담았던 그룹들과 연결되는 세련된 댄스팝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상기시킨다. 때로는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새로운 정체성이 시작되기도 한다.
8) 이어지는 “Bed”는 앨범의 보컬 구조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꿈을 담아내는 은유적인 공간으로서의 ‘침대’를 그린 이 곡은 장하오의 절제된 보컬로 시작해 팝-R&B로 확장된다. 그리고 “Frame to contain your dreams / Baby you can take my hand”라는 가사와 함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지나온 이들에게 어울리는 다정함을 품은 채 후렴구로 넘어간다.
“Happy &”는 다시 한번 감정의 결을 바꾸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얼터너티브 팝을 기반으로 보다 따뜻하고 공동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어렵지 않게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특히 장하오와 김규빈의 작사 참여가 돋보인다. 결국 이 곡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함께 어딘가에 도착한다는 것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다섯 곡의 흐름은 장난스러울 만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Curious”는 새로운 무언가에 발을 내디뎠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묻는다. “Aura”는 그곳에 도착한 뒤 무엇이 자신을 매력적으로 만드는지를 묻는다. “Sugar Rush”는 그 즐거움에 몸을 맡긴다. “Bed”는 화려한 겉모습을 한 겹 걷어내고 보다 내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Happy &”는 새로운 시작을 가치 있게 만드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렇다면 이 앨범이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가는 일에 가깝다. K-팝은 점점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콘셉트와 세계관, 시각적 세계, 장르의 결합, 다양한 수사적 장치들이 그 중심에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다시 목소리와 서사에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대담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AND2BLE 멤버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는 점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장하오와 리키는 “Curious”에, 리키는 “Aura”에, 장하오와 김규빈은 “Happy &”에 각각 참여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을 이들의 완전한 창작적 선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돌 팝의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작사와 프로덕션에는 여러 창작자들이 함께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크레딧은 멤버들이 단순히 주어진 곡을 수행하는 퍼포머에 그치지 않음을 증명한다. 동시에 새로운 음악이 반드시 이전에 없던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Sequence 01: Curiosity는 과거의 유산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어받으며, 그 안에서 독립성을 만들어간다. AND2BLE은 K-팝의 역사를 벗어나려 하기보다, 그 역사 속에서 자신들이 이어가고 싶은 한 부분을 선택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 앨범이 급진적인 데뷔작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3세대 K-팝의 문법을 향한 애정이 경외에 가까워지는 순간도 있고, 앨범의 짧은 길이 탓에 몇몇 아이디어는 충분히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사라진다. 하지만 이러한 압축성은 오히려 앨범의 장점이기도 하다. Sequence 01은 AND2BLE이 자신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이미 모두 찾아냈다고 말하지 않는다. 제목이 암시하듯,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