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한이 남기고 싶은 추억, 그리고 기록
2025.10.01 | by Billboard Korea마침내 팬들과 조우한 승한이 남긴 소중한 기억들. US 팬사인회 투어의 파편을 승한이 빌보드에 폴라로이드로 보내왔다.

솔로로 데뷔한 승한(XngHan)을 만난 것은 LA의 댄스 스튜디오에서였다. 승한과 팀을 만난 바로 옆 공간에는 스튜디오의 수강생들이 승한의 솔로 데뷔곡인 "Waste No Time"의 안무 연습에 한창이다. 승한은 조금 뒤 이 수강생들 앞에 깜짝 등장할 예정이다.
7월 31일 승한&소울(XngHan&Xoul)이라는 이름으로 댄서 장율, 구교홍과 함께 자신의 팀을 꾸린 그는 "Waste No Time"과 "Heavenly Blue" 두 곡이 수록된 첫 싱글 앨범 Waste No Time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데뷔 이후 여름은 미국에서 보냈다. 뉴욕, 댈러스, LA 세 차례의 '팬 사인회'로 이뤄진 미국 투어는 승한에게는 다소 낯선 경험이었다. 일대일 대화와 앨범 사인회를 마친 후에는 '포토 타임'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팬 사인회장을 채운 팬들은 손 하트, 고양이 귀 포즈를 연달아 외치며 요청했다. 이벤트 전체적인 공기는 축하, 그리고 기쁨으로 가득했다.
"팬들을 직접 보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9월 초 이뤄진 빌보드와의 만남에서 승한은 이렇게 말했다.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온라인에서 팬들과 이야기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곳에 와서 팬들이 저보다 더 부끄러움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았는데, 너무 긴장해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더라고요."라고도 덧붙였다
감정이 고조됐다. 2023년, 승한이 팀 활동을 무기한 중단할 것을 선언하며 K팝 아이돌로서의 미래가 불분명해졌을 때, 특히나 서구권 팬들은 그의 복귀를 열렬히 지지하며 끊임없이 그의 곁을 지켰다. 지금도 팬 사인회장 모퉁이를 돌면 모습을 드러내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옛 코리아타운 사무실 분홍색 벽에는 승한을 향한 격려의 메시지가 가득할 정도다.
"팬들로부터 정말 큰 에너지를 얻었어요" 여정의 마지막날, 승한은 회상하듯 말을 꺼냈다. "정말 솔직하고 진실됐어요. 곧 다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승한이 이번 투어의 빛나는 순간들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긴 이유다.
미국에 오기 전, 승한&소울 세 사람은 도쿄에서 열렸던 SM TOWN LIVE에서 함께 여행한 적이 있다. 셋이 함께하며 즐거운 점은 뭘까? "두 사람은 정말 잘 먹어요!" 승한은 웃으며 말한다. 미국에서 보낸 이번 일정에서 승한은 혼자 마음껏 맛있는 것을 즐겼다. 인앤아웃, 남부식 바비큐, 피자... "새로운 곳에 가면 현지 음식을 먹거나 새로운 맛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라고 말하지만 한편 승한은 LA의 북창동 순두부찌개 국물을 미처 맛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소규모 인원으로 움직인 덕분에 승한은 때때로 즉흥적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뉴욕에서는 웨스트빌리지의 재즈 바에 들렀고, 휘트니 미술관에서 전시를 감상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LA에서 보낸 시간이 정말 제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지 뿐만 아니라, 그들의 눈을 통해 삶을 엿볼 수 있었어요. 바로 자유로운 태도죠" 이런 분위기를 사람들에게서만 느낀 것은 아니다. "댈러스에서는 토끼를 만났어요. 아주 작고 귀여운 토끼였는데, 정말 자유로워 보였어요. 풀을 뜯어먹고 깡충깡충 계속 뛰어 다니더라고요!"


승한은 사실 잘 우는 사람이 아니다. 영화 '노트북'은 최소 12번 넘게 봤지만, 눈물을 흘린 적이 없을 정도다. "저는 위로받기 보다 위로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스스로 설명한 기질은, 팬 사인회에서 특히 유용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제가 많은 위로를 해줬다고 말씀해주신 분이 계셨어요. 팬이 직접 제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 정말 마음에 와닿았어요." 네잎 클로버 모양인 승한의 사인을 보면, 마치 각 팬에게 행운의 부적을 하나씩 건네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떻게 보면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죠. 당신을 웃게 만드는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라고요."

승한은 SM 연습생이 됐던 때를 떠올린다. "온갖 K팝 댄스를 다 배울 줄 알았는데, 그 대신 힙합 안무를 배웠죠." 댄스에 서툴렀던 승한은 결국 유튜브에서 직접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그런 과정에서 비욘세와 브루노 마스, 지드래곤이 출연했던 슈퍼볼 50 하프타임 쇼, 그리고 댄서이자 배우인 이안 웨스트우드(Ian Westwood)의 영상을 접하게 됐다. 심지어 이안과는 LA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러니 자신의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봤을 때, 승한은 대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정말 행복했어요. 그 순간을 모두 담아두고,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나중에 꼭 다시 찾아 보고 싶었어요." 승한의 말이다.
Credit Abby Web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