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자컨 어디까지 가는거에요? 미용실과 건강검진 그리고
2025.08.23 | by Billboard Korea
자체컨텐츠(이하 ‘자컨’)는 K팝 아티스트가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대신 회사의 콘텐츠 팀과 협업해 제작하는 웹 예능을 의미한다. 멤버가 가진 인간적인 개성을 드러내고, 무대 위에서는 미처 보여지지 않던 멤버들의 다양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며 K팝 아티스트의 팬덤 확장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팬들은 자컨 속 순간들을 편집하거나 가공해 ‘덕질’에 활용하며, 그렇게 편집한 짧은 클립이 바이럴에 성공하면 팀을 팬덤 밖 대중에게 알리는 좋은 창구가 되기도 한다. 자컨 ‘SKZ-Talker’에서 말한 “나는 네가 줏대 있게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영상이 대중적 밈이 되며, 삼성 갤럭시 광고까지 촬영한 스트레이 키즈 창빈의 경우처럼 말이다.
BTS 또한 초기 팬덤을 결집하는데는 2015년 8월 시작했던 ‘달려라 방탄 RUN BTS!’ 컨텐츠가 큰 역할을 했다. “웬만한 예능보다 재미있다”라는 평을 들으며 편당 조회수 2백만 뷰 쯤은 가뜬히 뛰어넘어 버리는 ‘고잉 세븐틴 GOING SEVENTEEN’도 대표 자컨이다. 시리즈의 높은 인기와 13명에 달하는 멤버 수에 걸맞게 기본 카메라는 물론 고프로, 드론까지 등장하는 초대형 스케일로 진행되기도 하는 ‘고잉 세븐틴’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술래잡기’ 1편의 조회수는 2180만뷰가 넘는다.

그러나 모든 자컨이 거대한 스케일이나 독창성을 갖기는 어렵다. 담력 체험, 찜질방, 펜션 MT, 게임 방송, 회사 체험, 플라잉요가, 마피아, 쿠킹 클래스, 체육대회 등 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기획들이 답습될 때도 있다. 8월 22일 정규 4집 ‘KARMA’를 발매한 스트레이 키즈가 컴백 기념 자컨으로 선보인 ‘세리머리 CEREMONY Hair Salon’가 흥미로운 이유다. 앨범명인 ‘KARMA’와 가르마, 타이틀곡인 ‘CEREMONY’와 발음이 비슷한 것에서 착안해 ‘세리머리’라는 미용실 컨텐츠를 만든 것. 매일 ‘헤메’를 소화하는 K팝 아이돌과 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본격적으로 멤버들이 미용실이라는 공간에서 원장과 디자이너, 손님을 연기하는 자컨은 처음이다.

비슷한 이유로 최근 크래비티의 자컨 시리즈 ‘크래비티 파크’의 건강검진 특집, ‘전국 장기자랑’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멤버들이 실제로 건강검진을 받는 장면들을 포착한 것. 몇 달 전에는 르세라핌의 윤진도 브이로그 컨텐츠를 통해 멤버들과 건강검진 받는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수면 마취가 권장되는 위 내시경 과정 전후 과정을 포함해 새롭게 측정한 키와 몸무게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팬들에게 공개하는 건강검진 컨텐츠는 2년 전 에이티즈의 자컨 ‘WANTEEZ’를 통해 처음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리더 홍중은 “원래 멤버들과 꼭 건강검진을 함께 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기획임을 밝혔다.

K팝 컬트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자컨도 있다. 바로 피원하모니의 ‘전설의 필살기’ 시리즈다. 고수들을 찾아 다니며 ‘딱밤’과 ‘독수리 슛’ 기술을 전수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전설의 필살기’는 총 10회로 제작됐으며 다른 아이돌 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컨텐츠로 사랑받았다. 피원하모니는 현재로서는 정기적인 자컨은 선보이지 않는 상태다.
그 외 다인원 체제인 NCT여서 가능한 자컨도 있다. 20명 남짓한 팀의 규모 상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멤버 두 사람을 ‘어사즈’로 지칭해 서로 만남의 시간을 갖는 ‘어색하지만 괜찮아’다. 5년 전 NCT127 도영과 NCT DREAM 런쥔으로 시작해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컨텐츠는 지난해 NCT WISH가 데뷔하며 3기를 맞이했다. 현재 동갑내기인 NCT DREAM의 지성과 NCT WISH의 시온, 마크와 리쿠가 3기 ‘어사즈’로 등장한 상태다.


수많은 팀의 컨텐츠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공급되는 K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기획력과 포인트를 집는 것이다. 이는 무대 위에서 뿐 아니라 팬들과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떤 허를 찌르는 ‘자컨’이 등장할지 기대해볼 만하다.